[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현역 시절 17시즌 동안 한화 이글스(전신인 빙그레 이글스 포함)에서 동고동락했던 한용덕 감독이 '정식 감독' 타이틀을 달고는 일찍이 팀을 떠나게 됐다.

한용덕 감독은 7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2-8 패배를 떠안은 뒤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 2018년부터 잡았던 한화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팀이 1986년 빙그레 이글스로 창단한 이래 단일 시즌 최다인 14연패 불명예(종전 기록 13연패)를 쓰고 감독직을 내려놓은 터라 한용덕 감독의 시선은 땅에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 전 한용덕 감독은 벼랑 끝에서 홀로 칼바람을 맞고 있었다. 이미 6일 경기 전 한화가 장종훈 수석코치, 정민태 투수코치, 박정진 불펜코치, 김성래 타격코치, 정현석 타격보조코치 등 5명의 코치들을 1군에서 제외시켰기에 한용덕 감독의 주위에는 찬바람만 맴돌았다. 이렇듯 이상 징후는 농후했다. 이날 경기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한용덕 감독에게 향하고 있었다. 이미.

경기장을 떠나는 한용덕 감독의 발자국 간격은 사퇴 후 가장 촘촘했을 것이다. 빙그레 이글스 시절부터 시작해 무려 17시즌을 한화와 함께했던 한용덕 감독은 지도자 생활의 첫 시작도 한화에서 했다. 2005년 2군 투수코치로 활동, 2012년에는 한대화 전 감독이 경질된 후 임시 감독직을 맡아 수행했다. 이후 두산 베어스 코치를 거친 뒤 2018년 한화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즉, 한용덕 감독에게 한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교집합 테두리 안에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런 한화와 한용덕 감독은 작별 인사를 한다. 발이 떨어지지 않아도, 수십 수천 번 뒤를 돌아보고 싶어도 이제 뒤에 있는 건 '14연패 불명예'가 새겨진 명패뿐이다.

시작은 좋았다. 그래서 더욱더 안타까움이 짙게 남는다. 한용덕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18년 한화를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으며 2007년 이후 11년 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 기운 안에 연속성은 없었다. 2019년 9위로 정규리그를 마치며 한화에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올해 반등을 노렸지만, 지난달 23일 NC전(0-3패) 이후 14경기에서 패배를 면치 못하며 7승23패(8일 기준)를 기록, 최하위에서 허덕이고 있다. 결국 한용덕 감독은 이를 책임지기 위해 시즌 도중 짐을 쌌다.

올 시즌의 막이 오르기 전 한화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정민철 신임단장이 부임하면서 관심을 끌었지만, 비시즌 기간 동안 임팩트를 줄 만한 보강을 전혀 하지 못한 채 시즌에 돌입한 것은 우려를 낳았다. 결국 우려가 연이은 패배로 이어졌다. 얇은 선수층이 한화를 연패로 몰아넣는 원인이 됐다.

하주석, 오선진 등 주전 야수들이 연이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간판타자' 김태균은 2할대 타율을 벗어나지 못하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송광민(타율 0.217), 이성열(타율 0.226) 등 베테랑 야수들도 마찬가지. 팀을 지탱해줘야 할 선수들이 이러하니 한화의 경기력은 곤두박질쳤다. 이는 나머지 선수들의 사기도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다. 수비면에서 이를 엿볼 수 있었다. 한화는 25개의 실책을 범하며 수비율 0.976의 초라한 성적표를 떠안고 있다. 타 구단들과 비교하면 최하위에 마크되는 수치다. 도루허용도 무려 25개. 경기장 그 어디를 둘러봐도 한화의 의지로 인해 뜨거운 곳은 없었다.

결국 '한용덕 감독 사퇴'라는 칼을 빼 들 수밖에 없었던 한화다. 길고 긴 인연을 단칼에 자르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프로 세계에서는 그 칼을 꺼내야 할 상황이 오곤 한다. 차갑도록 단호한 한화, 그리고 이젠 지울 수 없는 수식어가 된 '14연패'로부터 한용덕 감독이 등을 보여야 할 때는 아직 한여름이 오지 않은 지금일지도 모른다.

[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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