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조현우가 벤투호 주전 골키퍼 경쟁에 불을 지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콜롬비아전 승리로, 3월 A매치 2연전을 2연승으로 마무리 지었다. 성과가 많은 2연전이었다. 손흥민이 벤투호 출항 이후 처음으로 골맛을 봤고, 권창훈은 부상을 딛고 성공적으로 대표팀에 복귀했다.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이강인, 백승호가 처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해 선배들과 손발을 맞췄다.

선수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특히 골키퍼 포지션에서는 앞으로 김승규와 조현우의 주전 경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조현우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며 독일전 승리를 이끈 주역이다. 하지만 벤투호 출범 이후에는 김승규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주고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콜롬비아전 이전 7경기에서는 모두 벤치를 지켰다. 선방 능력에 비해 빌드업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벤투 감독의 평가였다.

그러나 김승규가 장염으로 콜롬비아전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조현우에게 기회가 왔다. 다만 상대가 화려한 공격진을 갖추고 있는 콜롬비아였기 때문에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기회였다.

하지만 조현우는 담담히 자신의 경기를 펼쳤다. 전반 중반 이후 쏟아지는 콜롬비아의 공세를 온몸으로 견뎌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 콜롬비아의 초호화 공격진이 계속해서 한국의 골문을 두들겼지만, 조현우는 루이스 디아스에게 내준 한 골만을 제외하고는 철옹성같이 골문을 지켰다. 특히 경기 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에서는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하며 좁은 공간에서 연달아 헤더 슈팅을 막아냈다. 라다멜 팔카오가 뒤늦게 골을 성공시켰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된 뒤였다.

경기가 끝난 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또 "한국의 골키퍼(조현우)가 많은 활약을 했다. 콜롬비아의 득점 찬스가 2-3회 있었지만 모두 막아냈다"며 조현우의 활약에 혀를 내둘렀다. 적장인 케이로스 감독이지만 조현우의 선방쇼에는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조현우의 활약으로, '김승규 체제'로 굳혀지는 듯 했던 벤투호 주전 골키퍼 경쟁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벤투 감독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이다.

앞으로 전개될 조현우와 김승규, 김승규와 조현우의 주전 골키퍼 경쟁에서 승리하게 될 선수는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방규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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