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지난 2015년. 황재균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빅리거'라는 오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첫 도전이었다.

하지만 첫 도전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포스팅 비를 지불해야 하는 황재균에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그 어느 팀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황재균은 2016시즌 역시 한국에서 보내야 했다. '빅리거'라는 꿈도 그렇게 멀어지는 듯 했다.

아쉬움 속에 맞이한 2016년. 황재균은 아픔을 딛고 한 단계 성장했다. 타율 0.335 27홈런 113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달성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파워넘버를 유지하면서도 삼진수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것이다.

2016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 황재균은 다시 꿈을 떠올렸다.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11월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국내에 남는다면 'FA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지만, 황재균에게는 꿈이 먼저였다. 결국 황재균은 2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 계약을 하며 '도전'을 선택했다.

계약은 마쳤지만, 아직 황재균의 꿈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스프링 캠프에서 경쟁자들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야만 한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황재균은 꿈을 이룬 것이 아니라, 꿈을 위해 도전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황재균은 "자신감이 없다면 도전하지 않았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그동안의 준비다.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영어 공부를 한 것에 대해 놀라더라. 빠른 공을 치기 위해 스윙폼을 계속해서 교정했는데 그 부분을 높게 봐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문화 적응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함께 튄 린드블럼과 레일리, 아두치가 큰 도움이 됐다. 황재균은 "외국인선수들 덕분에 단어도 많이 알게 됐다. 계약이 결정되지 않았을 때 린드블럼이 '무조건 미국에 오라'고 했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또 "지난해 아두치와 레일리, 린드블럼이 미국에서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되게 많다. 한국이랑 다르다"고 덧붙였다.

'배트 플립'(방망이 던지기)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황재균은 KBO 리그에서 호쾌한 '방망이 던지기'로 팬들에게 좋은 볼 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방망이 던지기'는 상대에 대한 도발로 여겨진다. 황재균의 동료가 될 매디슨 범가너도 '배트 플립'을 하는 상대 선수와 충돌한 경험도 있다. 황재균은 "지난해 27개의 홈런을 치면서도 배트 플립은 한 번도 안했다"고 설명했다.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준비한 것이다.

황재균은 25일 미국으로 출국하며 꿈을 향한 첫 걸음을 시작한다. 모두가 반신반의할 때도 메이저리그만을 바라보며 철저한 준비를 한 황재균이 미국에서 그동안의 노력의 결실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사진=팽현준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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