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장률이 또 다른 얼굴로 돌아왔다. 첫 사랑을 담아 완성한 '춘화연애담'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춘화연애담'(극본 서은정·연출 이광영)은 파격적인 야설집 '춘화연애담'으로 도성이 들썩이는 가운데, 첫사랑에 실패한 공주 화리(고아라)가 직접 부마를 찾겠다는 선언에 도성 최고 바람둥이 최환(장률)과 1등 신랑감 장원(찬희)이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청춘사극이다. 극 중 장률은 도성 최고의 바람둥이 최환 역을 맡았다. 장률의 필모그래피 사상 첫 주연이자, 첫 사극이다. 장률은 "대본을 읽고 젊은 청춘들이 억압의 시대 안에서 사랑으로 삶을 돌파해 나가는 모습들이 저에겐 너무 멋있게, 뜨겁게 다가왔다"며 "최환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성질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작품이 전개될수록 내면이 드러나게 되면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인물이라 더 매력적으로 끌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연출을 맡은 이광영 감독의 영향도 컸다. 장률은 "'사랑이라 말해요'라는 작품을 너무너무 재밌게 봤다. 감독님이 시퀀스를 구성하고, 카메라샷들로 쭉 드라이브해 나갈 때 포착되는 인물들을 향한 애정과 집념이 너무 멋있었다"며 "감독님의 카메라 언어와, 감독님이 그려내는 로맨스 세계관에서 제가 존재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저에게도 성장점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작업을 선택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1> 장률이 해석한 최환은 이타적인 인물이다. 청운의방을 운영하는 최환은 나라님이 부럽지 않은 갑부다. 그런 최환에 대해 장률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인물이다. 그 시대상에서 억압받고, 버려질 수밖에 없던 여성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가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주는 캐릭터"라며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어떤 시선으로 들여다봐야 할지 생각했다. 결국 여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최환의 시선을 배운 장률은 외할머니, 어머니, 친누나까지, 3대의 러브 스토리를 섭렵했다. 장률은 "제가 들었던 이야기들을 최환이라는 인물에게 잘 담아보려고 했다. 최환의 시작은 여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었다. 최환의 서사는 버려진 여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역사를 꿰뚫어 보는 시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9~10부에서 최환의 서사가 조금 더 나온다"며 "어떤 삶을 살았고, 누구에게 길러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최환은 나자마자 부모를 잃고, 여인들에게 길러진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인들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타적인 최환은 사랑에 서툴렀다. 화리 공주 앞에 나타나 담대하게 부마 후보에 들지만,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어긋나기만 했다. 이에 일각에선 화리 공주를 향한 최환의 마음에 어떤 목적성을 띄고 있을 것이란 반응도 이어졌다. 이에 연기하는 장률의 입장에서도 갈팡질팡하는 최환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내야 했다. 장률은 "최환이 처음부터 사랑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최환에겐 지켜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여인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지켜야 하는 많은 식솔들 때문에 접근한 건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화리를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스며들게 된 거다. 그 안에서 일과 사랑에 대한 딜레마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장률은 "화리 공주가 고모인 효진 옹주(박하선)를 잃게 되자 최환이 유품을 가져다준다. 그때 화리 공주의 울음소리를 들은 환이의 마음이 어땠을지가 핵심이었다"며 "환이는 어린 시절부터 여인들의 울음 소리를 들었을 거다. 그때의 환이는 듣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인물이다. 화리의 울음소리에 어떤 심정의 변화가 일어나는지가 핵심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청춘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과연 '청불'이라는 등급이 필요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기도. 특히 티빙에서 앞서 선보인 사극 '우씨왕후' '원경' 등이 이미 선정성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장률은 "'춘화연애담'은 야한 그림이 나오는 연담집이라는 콘셉트가 포인트다. 굉장히 '팝'(pop)하면서, 패셔너블하다. 청운의방을 운영하는 최환이라는 인물이 유행에 민감하고, 억압된 사랑이나 욕망을 표현하고 싶은 갈증들을 보여주기 위한 소재 같다"며 "핵심적인 내용은 악을 처단하는 것이다. 그 책에서도 교훈이 있고, 백성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 앞서 드라마 '마이네임' '금수저' '몸값' 등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장률은 전작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와 이번 '춘화연애담'을 통해 180도 다른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장률은 "이미지 변신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단 '저'라는 배우가 가진 스펙트럼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지금 성장하는 단계에 있다 보니까 캐릭터 소화력을 늘리는 것이 배우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 장르를 잘하는 것도 강점이 될 수 있겠지만, 그 경험들을 쌓아야 장르를 만났을 때 믹스해서 들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장률은 "사실 사극 장르는 처음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근데 주변에서 사극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해주시더라. 가족들도 좋아했다"며 "제가 장르적 특성이 있는 작품들을 많이 했다 보니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가족들이 좋아하더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첫 사극 도전을 무사히 마친 장률은 "판타지다 보니까 그 시대에 쓰는 언어나 걸음걸이, 습관 모든 것들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익숙하게 만드려고 노력했다. 매일 그렇게 사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대사 연습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매 작품이 그렇겠지만 마음을 많이 담아냈다. 이 작품은 특별히 마음을 더 담았다. 태어나서 처음 도전하는 것들도 많아서,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시청자분들을 만나서 비로소 완성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장률은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작품 할 때 이런 생각으로 작업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감사함의 순간으로 가는 것 같다. 저는 온 마음으로 이 작품을 사랑한다"며 "멋있는 사람도 많고, 연기를 잘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을 담는 일인 것 같다. 저희 직업이 마음을 담지 못하고 기술로만 간다면 그 순간 이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다짐하고 싶다. 제가 이렇게 마음을 잘 담는 배우라는 느낌을 조금씩이나마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3>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