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어정쩡한 리메이크다. 감성도, 연출도 그 시절인데 배경만 어설프게 지금이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연출 서유민·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시간의 비밀이 숨겨진 캠퍼스 연습실에서 유준(도경수)과 정아(원진아)가 우연히 마주치면서 시작되는, 기적 같은 마법의 순간을 담은 판타지 로맨스 영화다. 작품은 2019년 명운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김유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낡은 연습실에서 우연히 유정아와 마주친 김유준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든다. 두 사람은 여느 젊은 커플들처럼 LP 가게에 가거나 함께 자전거를 타는 등 데이트를 즐긴다. 그러나 유정아는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다. 김유준 역시 이를 눈치채지만, 그래도 기다려준다. 그러던 중 유정아는 돌연 모습을 감추고, 김유준을 애타게 한다. 과연 유정아의 비밀은 무엇이고, 김유준은 다시 그를 찾을 수 있을까. <@1>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지난 2008년 국내 개봉한 동명의 대만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배우 주걸륜과 계륜미를 아시아 스타로 만들어 준 첫사랑 로맨스 영화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원작의 큰 설정들을 가져왔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남자 주인공부터 어딘가 의뭉스러운 여자 주인공까지. 여기에 원작 속 명장면으로 꼽히는 피아노 배틀 장면도 등장한다. 다만 거기까지다. 소재도, 감성도 그 시절 원작의 모습을 가져왔으나 딱 한 걸음이 부족하다. 리메이크만의 매력과 차별성이 부족한 탓이다. 작품 속 주인공들의 교감과 소통을 위한 주요 소재인 '피아노'는 하나의 소품에 그친다. 몇 차례 피아노 연주 장면이 등장하지만, 이렇다 할 임팩트가 없다. 원작에서 '피아노'가 주요 소재라면,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선 그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나마 원작과 같은 곡 '시크릿(Secret)'의 등장만이 반갑다. 특히 피아노 배틀이 그러하다. 원작과 다른 곡으로 차별성을 노린 듯하나, 귀에 익지 않은 클래식 연주곡은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원작처럼 곡을 설명하는 감초 캐릭터도 없으니 곡에 대한 이해도와 친밀감이 떨어져 그저 '주고받는 피아노 연주' 딱 거기서 멈춘다. 또한 작중 배경이 2019년이지만, 정작 체감은 1999년에 가깝다. 대학교 청춘들을 어색하고, 엉성하게 따라한 느낌이다. 김유준의 스타일링은 2019년이라기엔 1999년 같고, 유정아의 스타일링은 1999년이라기엔 2019년 같은 묘한 불협화음이다. 두 사람 사이에 낀 장인희(신예은)는 트위드 치마에 블라우스, 머리띠를 하고 있으니 다른 캐릭터들 사이에서도 홀로 튄다. 여기에 대부분의 인물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설정도 익숙하지 않다. 전개 역시 지지부진하다. 원작이 흥행하며 결말을 아는 관객들이 대부분이겠지만,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며 켜켜이 쌓아 올리는 감정들은 애절함보단 답답함 뿐이다. 이로 인해 주인공들의 로맨스 '케미'가 와닿지 않는다. 큰 사랑을 받은 원작을 가졌다는 건, 리메이크작 입장에선 양날의 검이다. 원작만큼, 혹은 원작보다 사랑받거나 '형만 한 아우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작 흥행에 대한 무게감을 견디며, 차별점을 보여줘야 하지만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딱히 그 어느 쪽도 아니다. 28일 개봉. 전체 관람가다. ◆ 기자 한줄 리뷰 : 시종일관 웜톤 필터가 아른아른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