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한 스토리텔링과 새로운 셰프들의 등장 ◆ 음식에 대한 관심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지난해 9월 공개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쿡방의 화려한 부활과 함께 셰프 전성시대를 열었다. 2025년에도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증거는 속속 발견되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시즌2를 확정했으며,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5년 만에 부활했다. 돌아온 '냉장고를 부탁해'에는 최현석, 김풍 등 기존 출연자 외에도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에드워드 리, 최강록, 이미영, 박은영 셰프가 새롭게 참전했다. 또한 ENA는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인 백종원을 내세운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을 론칭했다. MBC '푹 쉬면 다행이야'에는 이연복, 정호영, 파브리 셰프가 무인도에서 메인 셰프 자리를 두고 치열한 요리 대결을 펼친다. 그밖에도 올해 JTBC '요리조리 자전거'(가제), tvN '장사천재 백사장 3' 등 쿡방들이 줄줄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도 예약이 꽉 차 있다. '흑백요리사' 출연자 정지선 셰프는 지난해 12월 MBC '라디오스타'에서 "출연 후 매장 매출이 3배가 늘고, 내년 1월 말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한 바 있다. 다른 셰프들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근황을 전했다. 이러한 쿡방 열풍이 부는 이유가 무엇일까. 6일 스포츠투데이는 대중문화평론가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토리텔링과 '흑백요리사'를 통한 새로운 인물 발굴에 주목했다. 정 평론가는 "쿡방은 과거에 하나의 유행처럼 나왔던 방송 트렌드였다. 그런데 쿡방이 많이 나오면서 중간에 끊겼다. 결국 쿡방에서 중요한 건 새로운 셰프나 요리 연구가의 등장이다. 나오는 인물들이 거의 비슷하게 반복되면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계속 비슷한 스토리들을 보게 되는 관점이 생긴다. 그래서 무너진 부분이 있는데 '흑백요리사'는 이런 부분을 깨는 스토리텔링을 구사했다. 넷플릭스가 구사하는 서바이벌 형식을 가져오고 여기에 한국적인 서바이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계급 구조를 집어넣음으로써 새롭게 보인 면이 있다"고 '흑백요리사'의 성공 요인을 짚었다. 그는 "중요한 건 프로그램만의 성공이 아니라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새로운 스타 셰프들이 탄생했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셰프들로 재구성해서 계속 이어나갈 동력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쿡방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첫 번째 요인은 '흑백요리사'가 불러온 새로운 스토리텔링, 두 번째는 그 프로그램이 탄생시킨 새로운 얼굴들, 이 두 가지 관점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나폴리 맛피아 등 흑수저 셰프들은 이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정 평론가는 "대중 매체에 이미 알려진 인물들이 백수저이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들이 흑수저로 보이는 것"이라며 "이들을 언더독으로 표현하기는 좀 그렇고 덜 알려진 인물들이 미디어에 잘 알려진 요리사들과의 대결을 통해서 알려지게 됐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동급의 인지도가 만들어지고 이들이 다른 프로그램에서 백수저들만큼의 스타성을 가진 셰프들로 등장한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짚었다. 그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부분"이라며 "본능적인 차원이기 때문에 그 트렌드가 없어질 수가 없다고 본다. 특히 요즘처럼 사회적으로 각박하고 사람들이 스트레스 받고 상황이 안 좋을 때 가장 원초적인 욕망과 관련된 것을 통해서 사람들이 위안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와 비교해 경제적인 발전을 이룩하며 미식 행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하 평론가는 "현재 경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옛날보다 경제적으로 발전한 것은 맞다. 경제적으로 발전할수록 음식을 단지 생존을 위한 게 아닌, 새로운 음식에 대한 관심이라든지 맛을 추구하는 미식 행위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요리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사들이 점점 제작비의 압박을 받고 있는 현실을 짚으며 "요리 관련 프로그램은 엄청난 스타들을 출연시키지 않아도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안정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소재가 된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제작하기가 허들이 낮다 보니 대중의 선호와 방송사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요리 예능 전성기가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지는 것이라 본다"고 분석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