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하정우가 덤덤하지만, 진하게 '하이재킹'을 그려냈다. 21일 개봉을 앞둔 '하이재킹'(연출 김성한·제작 퍼펙트스톰필름)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은 영화다. '하이재킹'은 1971년 벌어진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하정우는 "시나리오를 보고 실화라는 걸 처음 알았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2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납치가 돼서 실제로 이북으로 갔다더라. 조종사와 기술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은 송환되지 않고, 일반 승객들만 한국에 왔다"며 "거친 듯하면서도 이야기가 가진 몰입감이 있었다. 게다가 마지막엔 먹먹해지더라. 이게 시나리오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이라고 '하이재킹'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하정우는 "사실에 기반해 영화적으로 재해석했고, 인물들도 실제로 세 명의 인물에서 두 명으로 압축됐다. 재구성된 부분이 있어서 아무리 실화라고 해도 연기하는데 제약이 있거나 했던 것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1> '하이재킹'이 전개되는 동안 공간적 배경은 '비행기 안'으로 국한된다.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선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전달해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현장성을 많이 생각했다. 한 공간에서 비행기 안 승객분들도 매일 출근하고, 리허설한 뒤 촬영을 시작했다. 거의 연극하는 느낌이었다"며 "오늘 찍을 전체 상황을 리허설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새벽 4시부터 준비해서 9시에 촬영이 시작되면 상당히 숭고한 아침이 된다. 승객분들 중에 기라성 같은 연극 배우 선배님들도 계시고, 다른 선배 배우들도 계셨는데 그 앞에서 리허설하고 연기하는 게 후배 입장에선 좀 민망하고 부끄러운 부분도 있었다. 굉장히 진지하게 열심히 리허설하고, 준비하고, 촬영했다"고 남다른 팀워크를 자신했다. 또한 하정우는 "상황 자체가 용대(여진구)가 갑자기 폭탄을 터뜨리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냐. 논리적인 합이 이뤄져서 대화가 진행되고, 극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도발적이고 즉흥적으로 흐름이 이어졌다"며 "시나리오를 보면 글로써는 맞는데, 실제로 움직여보면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게 때문에 그만큼 많은 리허설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하이재킹'에서 하정우는 비행기 부기장 태인 역을 맡았다. 태인은 승객들을 위해 끝까지 비행기를 지키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테러라이브'도, '터널'도, 'PMC: 더 벙커'도 한정된 공간에서 연기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걸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다"며 "다만 영화는 매번 체크해야 한다. 그동안 촬영했던 걸 편집본으로 계속 보면서 다음의, 다음의,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기존에 찍었던 걸로 계속 찍으면서 어떻게 감정이 매번 쌓아져 나가야 하는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용대와 맞붙은 액션신 역시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밀집된 승객들을 피해 꾸며나가야 했다. 하정우는 "정확히 무술을 해서 합을 맞춘다기보단 몸싸움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승객들이 다 앉아있었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액션을 하기엔 쉽지 않았다"며 "무술 감독님이랑, 무술팀이랑 계속 리허설하고, 준비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뒤에 승객들이 있었고, 공간이 좁기 때문에 어떻게 부딪히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계속 준비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2> 특히 항공 자문을 맡은 유재걸 교수는 기장 역의 성동일과 부기장을 연기한 하정우를 두고 "현직의 기장, 부기장이라고 해도 충분히 믿을 만한 그런 능력을 가지신 것 같다"고 극찬한 바 있다. 그러나 하정우는 이에 대해 "조종사 제복이 잘 어울려서 그런 것 같은데"라고 농담했다. 이어 "교수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을 뿐"이라며 "추후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 취미가 있다면 존 트라볼타처럼 비행기를 조종했을 거다. 자격증을 따면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차 운전도 잘 안 한다. 그걸 조종해서 제가 얻어지는 카타르시스가 무엇이 있겠냐. 비행기 타는 걸 좋아하지만, 조종에 대한 마음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하이재킹'에서 하정우는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하게 작품에 임했다. 자신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덜어낸 '하이재킹'에 대해 하정우는 "아마 이야기가 주는 묵직함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이 영화 색깔에 맞는 캐릭터다. 아쉬운 점은 없다"며 "근데 매번 제가 작품을 할 때마다 웃음기를 빼고 연기하면 '왜 코미디가 없냐'하시고, 코미디를 하면 '좀 진지하게 하면 안 되냐'고 하시더라"고 웃음을 보였다. 작품이 결말에 다다르며 태인은 '선택'에 나서게 된다. 해당 장면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저 하정우를 통해 덤덤하게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제가 지향하는 부분이다. 감정을 100% 쓰지 않고, 어느 정도 공간은 열어둬야 보는 사람들의 감정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늘 연기를 할 때 갖고 있는 생각"이라며 "'태인'이라는 인물과 감독님의 방향이 잘 맞아떨어져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신파적으로 불편하게 갈 수 있는 건데, 담백하게 담긴 지점은 감독님의 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하정우는 "다양한 작품과, 다양한 인물을 하고 싶은 것은 배우들이 가진 공통된 생각과 마음일 거라 생각한다. 저 역시도 어떻게 하면 더 새로운 인물을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며 "전 '영화' 그 자체를 사랑한다. 제가 제작자로서 영화를 만들 수 있고, 감독으로서 만들 수 있고, 배우로서 참여할 수 있는 건 다 다르다. 제가 연출자로서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건 그리 상업적이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배우로서는 배우로서의 의무와 사명이 거대 자본이 들어간 상업영화에서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 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저만의 취향을 쉽게 보여줄 수 없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라며 "제작자의 입장으로서는 연출자의 입장과 비슷한 것 같다. 다양한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영화를 만들고, 촬영하고, 작업하는 것이 저의 직업이고,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파트별로 이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3> 다만 하정우는 지난해 개봉한 '비공식작전'과 '1947 보스톤'이 손익분기점 돌파에 실패하며 2연속 부진에 빠진 바 있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잘 되길 바랄 뿐이다. 연패가 끊어지기만을 바란다. 함부로 쉽게 끊어낼 수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끝으로 하정우는 "'하이재킹'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몰입감과 속도감이 있고, 직접 기장, 부기장, 승무원, 승객에 이입해서 러닝타임 내내 비행기에 타고 있는 듯한 느낌과 서스펜스를 직접 체험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