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추승현 기자] 단아한 외모 때문에 조용한 성격일 줄만 알았더니 당당하고 쾌활했다. 배우 박혜수는 영화 '스윙키즈'의 양판래와 많이 닮아 있었다. 박혜수의 첫 영화 주연작인 '스윙키즈'(감독 강형철·제작 안나푸르나필름)는 1951년 다인종이 수용됐던 한국전쟁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전쟁과 이념의 시대에 '춤'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한다. 박혜수는 극 중 4개 국어를 하는 무허가 통역사 양판래를 연기했다. 그는 도경수, 오정세, 김민호, 자레드 그라임스와 댄스단 스윙키즈에서 함께 탭댄스를 추며 호흡을 맞췄다. 영화가 세상에 나온 것만으로도 뿌듯하다는 박혜수는 "현장에서 배우분들을 비롯해 스태프분들, 감독님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걸 보여주셨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에 너무 소중하다"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혼자 했다는 느낌이 전혀 없고, 모두가 같이 했다는 것에 근거를 둔 자신감이 있다. 이 감독님과 이런 선배님들과 함께했다는 것에 자신감이 생긴다"며 웃어 보였다. 영화 첫 주연을 맡아 부담도 됐을 터. 하지만 박혜수는 부담감을 느낄 새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5개월 동안 탭댄스 연습을 했다. 연습 기간 동안 내내 만나고 같이 땀을 흘렸다. 혼자 고민했다면 되게 부담도 있고, 힘들었을 텐데 같이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많이 의지할 수 있었다. 특히 감독님과 굉장히 많이 연락했다. 선배님들과도 항상 대본 얘기를 하면서 영화 인물에 대해서 말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오히려 탭댄스 연습을 하지 않는 지금이 허전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는 "탭댄스 추는 게 재밌었다. 일주일에 네 번씩 연습을 갔었는데 안 하니까 되게 허전하다"며 "탭댄스를 매일 추면 무슨 신발을 신고 있어도 저절로 발이 막 간다. 평소에 그냥 버스 기다리고 있을 때조차도 발이 움직인다. 모두가 탭댄스에 매료돼있다. 요즘 무대인사를 하러 다니는데 무대 뒤에서 오정세 선배님과 도경수 선배님이 탭댄스를 추면서 주고받고 하신다"고 말했다. <@1> 극 중 양판래는 4개국어에 능통할 정도로 영리하며 절묘한 협상 스킬로 댄스단에 입단하는 당찬 모습을 가지고 있다. 박혜수는 양판래를 연기하며 자신과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판래가 뭐든 열심히 하지 않나. 영화 속에서 자기 몸보다 훨씬 큰 지게를 진 걸 봐도 그런 게 보인다. 그런데 제가 꼭 그런다.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큰 걸 하려고 한다. 악착같은 모습이 닮아있다. 닮고 싶어서 그런 부분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판래를 더 당당하고 당차게, 강하게 그렸다"고 밝혔다. 박혜수가 배우가 된 과정도 그랬다. 재미 삼아 나갔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자신이 감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지만 도전했다. 그는 "과 동아리에서 보컬을 했는데 친구들이 권유를 해서 경험 삼아 'K팝 스타'에 나갔다. 1차에서 붙고, 예선이 마침 저희 학교 체육관에서 하길래 갔다가 또 덜컥 붙어서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TOP10 직전에 탈락했는데 지금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연기를 제안했다"며 "제가 결정적인 순간에 도전하는 편이다. 주저하지 않고 저한테 챌린지가 되는 선택들을 하더라. 모험심이 있는 것 같다. 무모한 도전이었다. 저도 잘 모르는 분야에 뛰어든 게 신기하다. 지금은 선택한 게 다행이다. 연기를 하는 게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 '용팔이'로 데뷔해 '청춘시대' '내성적인 보스' 등을 거쳐 '스윙키즈'까지 박혜수에게는 모든 게 도전이었고 끝내 그는 행복해졌다. 그는 "역할 하나를 만들어가고 마무리하는 게 끊임없이 저를 꺼냈다가 부쉈다가 붙였다가 하는 느낌이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너무 좋고,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굉장히 뭔가 그전에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끼고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 그 과정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이든 다 만나보고 싶다는 박혜수는 어떤 것도 도전할 자세가 돼있었다. 배우로서 더 큰 날개를 펼칠 그의 잠재력이 충분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저는 계속 다시 태어나는 매미 같아요. 조금 오래 걸려도 계속 깨고 나오고 있어요. 더디더라도 계속 그렇게 과거의 저의 모습을 깨고 나오다 보면 시간이 오래 지나서 멋있는 사람이 돼있지 않을까요."(웃음) [스포츠투데이 추승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