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 전반기는 SSG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의 강세 속에 중위권 다툼이 그 어느 시즌보다 치열했다.

지난 4월 2일 막을 올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는 14일 전반기 일정을 마쳤다. 반환점을 돈 10개 구단들은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을 거쳐 21일까지 꿀맛 같은 휴가 기간을 보낸 뒤 22일부터 후반기 일정을 시작한다.

전반기 동안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인 팀은 SSG였다. 개막전부터 10연승을 질주, 독주 체제를 구축한 SSG는 단 한 차례도 1위를 빼앗기지 않으며 57승 3무 26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김광현(9승·평균자책점 1.65)-윌머 폰트(11승·평균자책점 1.96)가 리그 최고의 원·투 펀치로 발돋움했고 노경은(5승·평균자책점 3.38), 오원석(5승·평균자책점 4.01)도 선발진을 든든히 지키며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박종훈과 문승원의 빈 자리를 지웠다.

불펜진이 과부하에 걸리며 다소 주춤하기도 했지만 10일 구원투수로 복귀전을 치른 문승원을 비롯해 박종훈도 조만간 불펜에서 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들이 불펜에 연착륙한다면 SSG의 투수진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타선도 짜임새가 있었다. 베테랑 추신수와 최정이 중심을 잡아준 가운데 전의산이 팀의 주축 선수로 거듭났다.

올해 '대권'을 노리는 SSG는 8일 전반기 중반부터 부진했던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을 대신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외야수 골든글러브 출신 후안 라가레스를 영입했다. 이어 12일에는 부상에 발목이 잡힌 투수 이반 노바를 방출하고 타이완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좌완 숀 모리만도를 품에 안았다. 새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에 잘 적응한다면 후반기에도 SSG의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개막 전 약팀으로 평가받았던 키움은 이러한 예상을 비웃듯 당당히 2위(54승 1무 32패)에 이름을 올렸다. 팀 평균자책점(ERA) 1위(3.23)에서 알 수 있듯이 안정감 있는 투수진이 그 원동력이었다. 10승, ERA 2.02를 올린 안우진은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섰으며 2019년부터 활약 중인 장수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7승·ERA 2.48)도 변함 없이 좋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필승조 김재웅-김태훈-이승호의 활약까지 더해진 키움은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마운드를 자랑했다.

타선도 나쁘지 않았다. 타율 5위(0.331)를 달리고 있는 이정후는 15개의 홈런을 곁들이며 장타력도 과시했고, 김혜성은 0.298의 타율과 더불어 29개의 도루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베이스를 훔쳤다.

3위 LG(52승 1무 31패)는 전반기에 가장 기복이 없는 팀이었다. 안정적인 투, 타 밸런스가 주요 원인이었다. 마운드에는 12승으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케이시 켈리와 세이브 1위 고우석(27세이브), 홀드 2위 정우영(21홀드)이 건재했고 타선도 팀 안타 1위(784개), 팀 타율 1위(0.270) 등 각종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외국인 타자의 공백이었다. 리오 루이즈가 긴 부진 끝에 방출됐고 대체 선수로 로벨 가르시아가 합류했지만 6월 29일 왼 옆구리에서 출혈이 발견돼 데뷔가 늦어졌다. 가르시아가 후반기 들어 불방망이를 휘두른다면 LG의 고공행진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SSG, 키움, LG의 강세 외에 치열한 중위권 다툼도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4위 KT위즈(44승 2무 38패)부터 지금은 기세가 한 풀 꺾였지만 8위 삼성 라이온즈(35승 50패)까지 5개 구단들은 5강 안에 들기 위해 매 경기 혈전을 치렀다.

중심타자 강백호 및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와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부상 공백으로 중반까지 하위권으로 처졌던 '디펜딩챔피언' KT는 27개의 아치를 그린 박병호의 맹타에 힘입어 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토종 선발 투수들인 고영표(7승·ERA 2.90), 소형준(10승·2.55), 엄상백(6승·3.53)도 등판할 때마다 안정감 있는 투구로 힘을 보탰다.

KT는 6월 들어 외국인 타자와 투수인 앤서니 알포드, 웨스 벤자민을 영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두 선수가 KT의 주축 선수로 거듭난다면 후반기에도 KT는 다크호스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위 KIA(42승 1무 40패)는 전반기 동안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보였다. 시즌 초반만 해도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트레이드로 박동원을 영입하며 전력을 가다듬었고 이후 5월과 6월 고공비행을 하며 한때 3위를 넘보기도 했다.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 김선빈 등이 이끈 타선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다만 문제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투수진이었다. 양현종(8승·ERA 2.97), 이의리(5승·ERA 4.20)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다. 결국 KIA는 막판 8연패에 빠지는 부진 속에 5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6위 롯데 자이언츠(38승 3무 44패)도 빈약한 투수진 탓에 전반기 내내 고전했다. 시즌 초반 에이스 역할을 해준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가 점점 맞아나갔으며 국내 선발 박세웅과 김진욱도 전반기 막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타선에서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예고한 이대호를 비롯해 전준우, 한동희, 안치홍 등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은퇴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대호의 소원인 가을야구에 롯데가 진출하기 위해서는 투수진들의 반등이 절실하다.

최근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 베어스(36승 2무 46패)도 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매년 주축 선수들이 타 팀으로 이적해도 새 얼굴들을 발굴해 내는 이른바 '화수분 야구'로 버텨왔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안 풀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정규리그 MVP 투수 아리엘 미란다는 부상으로 단 3경기에 출전해 ERA 8.22에 그쳤고 결국 13일 방출됐다(대체 선수 브랜든 와델). 게다가 토종 선발진들의 성장은 너무나 더디다.

타선에서는 중심타자 김재환의 부진이 길어졌고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도 주춤하며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5월 한때 4위까지 올랐지만 막판 '역대급 부진'에 발목이 잡힌 삼성은 8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호세 피렐라(타율 0.340·17홈런), 데이비드 뷰캐넌(6승·ERA 3.23), 앨버트 수아레즈(4승·ERA 2.33)를 보유한 삼성은 10개 구단 중 가장 외국인 선수 걱정이 없는 팀이다. 그러나 국내 선수들의 부진이 뼈아팠다. 지난해 14승 평균자책점 2.82로 맹활약했던 좌완 선발 투수 백정현은 승리 없이 10패 6.63의 평균자책점에 그쳤고 지난시즌 14승 7패 3.0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삼성의 우완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섰던 원태인도 4승 평균자책점 3.70으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반기 막판 삼성은 역대급 부진에 빠졌다. 6월 30일 홈 KT전부터 14일 원정 KT전까지 무려 11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11연패는 지난 2004년 5월 5일 현대 유니콘스전부터 그해 5월 18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당한 10연패(1무)를 넘는 삼성 구단 창단 이래 최다 연패다. 원인은 급작스러운 투수진의 부진. 이 기간 동안 허용한 실점은 무려 100점에 달한다. 그나마 희소식은 구자욱, 김지찬 등 전반기 중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자원들이 후반기 복귀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재정비가 시급한 삼성이다.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처진 9위 NC 다이노스(32승 2무 49패)와 최하위 한화 이글스(25승 1무 59패)는 사실상 가을야구 진출이 어려워 보인다.

5위 KIA와 9.5게임 차 뒤진 NC는 시즌 초반 터진 음주 폭행 시비로 팀 분위기가 급작스럽게 가라앉았다. 결국 이동욱 감독이 자진 사퇴하고 강인권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 역할을 수행 중이지만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긴 부상에서 돌아온 구창모(4승·ERA 0.99)가 연일 호투를 보여줬고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6승·ERA 2.86)도 건재함을 뽐냈지만 다른 선발 자원들의 지원이 아쉬웠다. 지난해 방역 수칙을 위반한 4인방도 복귀했지만 아직 궤도에는 오르지 못한 모습. 양의지도 0.256의 타율에 그치는 등 투, 타 모두 전반적으로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있다.

긴 리빌딩을 이어가고 있는 한화는 총체적 난국이다. 9위 NC에도 8.5경기나 뒤져 있어 올해도 탈꼴찌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팀 타율(0.244)과 평균자책점(5.05) 모두 리그 최하위에 처져있으며 0.281의 타율과 10홈런을 올린 김인환 정도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유망선수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기존 외국인 투수들이었던 닉 킹엄과 라이언 카펜터도 모두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예프리 라미레즈, 펠릭스 페냐와 교체됐다.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지 못한다면 후반기에도 어려운 시간이 예상된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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