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6만4375명 만원 관중의 응원을 받은 태극전사가 이란전 11년 무승 징크스를 끊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에서 이란에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최종예선 전적 7승2무(승점 23)로 조 1위에 올라섰다. 반면 이란은 예선 첫 패배를 당하며 7승1무1패(승점 22)를 기록, 조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

한국과 이란은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최소 조 2위 이상을 확보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이다. 하지만 아시아 최강, 그리고 조 1위를 두고 펼친 자존심 대결에서 한국이 완승을 거뒀다.

한국이 이란을 상대로 승리한 것은 지난 2011년 아시안컵 8강(1-0 승)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그사이 7전 3무4패로 절대적 열세에 있었지만, 이번 승리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통산 전적에서도 33전 10승10무13패로 차이를 줄였다.

이날 한국은 황의조를 최전방에 배치했고, 손흥민과 이재성, 권창훈, 황희찬이 그 뒤를 받쳤다. 정우영이 중원에서 공수를 조율했고, 김진수와 김영권, 김민재, 김태환이 포백을 이뤘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공을 소유하며 우리의 흐름으로 경기를 이끌어가고자 했다. 다만 수비 진영에서는 다소 불안한 모습이 나왔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정우영의 볼처리 실수로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에흐산 하지 사피의 슈팅을 육탄 수비로 막아내며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16분에는 김민재의 실수로 아찔한 장면이 나왔지만 다행히 김민재가 다시 볼을 따내며 한숨을 돌렸다.

한국은 측면에서의 크로스로 이란의 빈틈을 노렸다. 전반 9분 손흥민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나왔지만 황의조의 머리에 닿기 전 이란 골키퍼가 쳐냈다. 22분 이재성의 크로스도 황의조의 머리에 닿지 않았다. 전반 27분에는 정우영의 프리킥 슈팅이 골대를 벗어났다.

팽팽한 균형을 깬 것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전반 추가시간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슈팅은 골키퍼 정면을 향하는 듯 했었지만, 공이 워낙 강해 골키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전반전은 한국이 1-0으로 앞선 채 종료됐다.

한국은 후반 들어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손흥민과 황의조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연달아 슈팅을 날렸지만, 모두 아미르 아베드 자데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4분 권창훈의 슈팅은 골대를 훌쩍 넘어갔다.

그러나 추가골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후반 18분 황희찬이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이재성에게 공을 연결했다. 이재성은 다시 더 좋은 위치에 있던 김영권에게 패스했고, 김영권은 빠른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골이 연상되는 장면이었다.

기세를 탄 한국은 후반 20분 황의조 대신 조규성을 투입하며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5분에는 손흥민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지만 미끄러지면서 제대로 된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33분 김민재 대신 박지수를 투입하며 수비에도 활력을 더했다. 이란은 34분 사르다르 아즈문이 다이빙 헤더슛을 시도했지만 공은 김승규의 정면을 향했다.

이후에도 양 팀은 공격을 주고받았다. 한국은 35분 황희찬이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골대를 훌쩍 넘어갔다. 이란은 1분 뒤, 알라야르 사이야드마네시가 김승규와 1대1 찬스를 잡았지만 칩슛이 골대 바깥을 향했다. 한국은 39분 김태환의 크로스를 받은 손흥민의 슈팅으로 응수했지만 이란 수비의 발에 걸렸다.

승기를 잡은 한국은 후반 42분 권창훈 대신 권경원 카드를 꺼내며 굳히기에 돌입했다. 남은 시간 동안 이란의 공격을 실점 없이 막아낸 한국은 2-0 완승으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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