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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욱 / 사진=팽현준 기자 |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3일 오후 7시 30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이날 김 감독은 와일드카드 3인방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권창훈(수원 삼성), 김민재를 모두 벤치에 두고 출발했다. 골키퍼 역시 송범근(전북 현대)이 아닌 안준수(부산 아이파크)를 내세웠다. '막내 형' 이강인(발렌시아)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는 김 감독의 '패 숨기기' 전략이었다. 김 감독은 아르헨과 평가전에 앞서 "우리가 가진 패를 모두 보여줄 수 없다. 선수 기용 방식, 세트피스 등 철저하게 숨기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점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전에 나선 선수들의 등번호로도 변화를 알 수 있었다. 김민재(4번), 황의조(16번)을 제외한 20명의 선수 등번호가 달랐다. 게다가 유니폼 상의에 별도의 이름도 표기하지 않았다.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김 감독의 결정이었다.
이날 김 감독은 아르헨을 상대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공격진에는 송민규(포항 스틸러스)가 나서고, 좌우에는 엄원상(광주FC), 이동준(울산 현대)에게 맡겼다. 미드필더진에는 이동경, 원두재(이상 울산), 김동현(강원FC)를 내세웠다. 포백은 김진야(FC서울), 정태욱, 김재우(이상 대구FC), 설영우(울산)을 배치했다. 골문은 안준수가 지켰다.
아르헨티나는 도쿄 올림픽 우승국 후보 다웠다. 전반 초반 강한 압박으로 한국을 뒤흔들었다. 한국은 전반 중반까지 이렇다 할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수비진과 3선의 호흡이 맞지 않아 위기를 자초했다.
한국은 전반 11분 순간 집중력을 잃고 선제골을 헌납했다. 우리 진영에서 원두재가 빌드업하던 중 상대에게 볼을 빼앗겼고, 알렉시스 막알리스테르에게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첫 실점을 내줬다. 아르헨티나의 역습은 너무나 빠르고 강력했다. 재정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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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우 / 사진=팽현준 기자 |
후방에서의 불안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반 18분에는 골키퍼 안준수의 킥 미스가 막알리스테르의 위협적인 슈팅을 불렀고, 후반 막판 산티아고 콜롬바토가 좌측에서 시도한 크로스를 정태욱이 헤더로 걷어낸다는 게 뒤쪽으로 흘렀다. 얼떨결에 공을 받은 막알리스테르는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 안준수가 재빨리 막았지만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남미 강호' 아르헨을 상대로 이동경과 엄원상의 과감한 중거리 골에 힘입어 무승부를 거둔 것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수비는 합격점을 주기 어려울 정도다.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 그 이상을 꿈꾸고 있지만 이런 식의 수비는 메달도 어렵다. 벤치에서 대기한 김민재의 후반전 교체 투입을 기대했지만 김학범 감독은 정태욱-김재우 센터백 라인을 유지했다. 대신 우측 풀백 설영우를 빼고 이유현을 투입했다.
경기 후 김학범 감독은 김민재를 벤치에 둔 이유에 대해 "김민재를 차출하기 위해 협회 등 모든 이들이 나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명단에서 제외한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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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김민재 / 사진=팽현준 기자 |
아마 김 감독은 김민재 차출에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정태욱과 김재우를 중앙 수비수로 둔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플랜B까지 구상 중이지만 대회를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김민재의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했을 것이다.
김 감독은 김민재 차출이 불발되면 박지수(김천 상무)를 대체 자원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김민재를 대체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김민재의 차출 여부가 확실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은 점은 그래서 아쉽기만 하다.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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