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엄정화가 5년 만에 영화 '오케이 마담'로 복귀했다. 억척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기성복처럼 차려 입은 엄정화의 화려한 복귀 신호탄이 쏘아 올려질 예정이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제작 영화사 올)은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난데없이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부부가 평범했던 과거는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으로 구출 작전을 펼치는 초특급 액션 코미디다.

이야기는 영천시장 꽈배기 집 사장 미영(엄정화)과 그의 남편 석환(박성웅)이 우연히 항공권 경품에 당첨되며 시작한다. 그러나 미영이 신들린 솜씨로 꼬는 꽈배기처럼 이 가족의 단란한 여행도 한없이 꼬이기만 한다. 하와이 여행뿐만 아니라 비행기 좌석도 비즈니스 석으로 업그레이드되며 행운이 거듭되는 듯 했지만 예상치 못한 테러리스트들의 비행기 납치가 발발하고 만다.

이 과정에서 엄정화는 연기 18년의 내공을 가득 쏟아낸다. 극 중 인간미 넘치는 친근한 이웃으로 분한 엄정화는 얼굴의 표정을 한순간에 바꾸며 이야기의 흐름까지 아우른다. '오케이 마담'이라는 제목처럼 모든 걸 '오케이'라며 해결한다. 흔히 있을 법한 파마 머리의 목소리 큰 기혼 여성 이미지에서 승객 모두를 살리려는 해결사로 변신한다.

그간 '해운대'부터 '몽타주' '댄싱퀸' '인사동 스캔들'까지 폭 넓은 캐릭터 소화로 입지를 다졌던 엄정화이기에 가능한 대목이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부터 소소한 웃음 포인트, 또 극이 다다를수록 빛나는 화려한 액션까지. 데뷔 이래 첫 액션작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여실히 한 몸을 다 바친다.

엄정화는 헐리우드에서 공수해왔다는 거대한 비행기 내부에서 온갖 도구들을 활용하며 적과 대치한다. 수류탄과 총, 핵무기를 앞세운 경쟁작들과 달리 싸움 도구는 친근하다. 인물들은 기내용 트레이를 밀고 넥타이, 밧줄로 고군분투한다. 특히 승무원 의상을 입고도 거침없이 내달리는 엄정화의 액션은 탄성을 자아낸다. 실제로 작품이 결정된 직후 액션 스쿨에서 훈련하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엄정화인 만큼 그는 좁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또 극 후반부 드러나는 미영의 숨겨진 서사 역시 큰 반전은 아니지만 흥미롭다.

엄정화의 뒤를 든든히 받치는 박성웅의 새로운 면모 또한 관전 포인트다. '물괴', '브이아이피', '신세계'까지 악역 연기의 대가로 꼽히는 박성웅이 애교 가득한 철부지 연하 남편을 선보인다. 허술함 그 자체지만 나름 사건을 해결하는 핵심적인 인물이다. 어리바리한 성격 속 감춰진 컴퓨터 달인, 또 끝까지 아내와 딸을 구하려는 굳은 뚝심이 있는 인물이다.

엄정화와 박성웅, 두 충무로의 대가가 만났으니 웃음은 보장된다. 엄정화와 박성웅의 '부부 호흡'에서 나오는 '차진 케미스트리'가 이 영화 속 가장 코믹한 부분이다. 또 이상윤과 배정남, 이선빈 그리고 특별 카메오 김남길까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큰 재미를 주진 못 하지만 웃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며 배우 본연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오고 가는 말장난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처럼 각자 사정으로 완성된 캐릭터들은 평범하면서도 비범하다. 단순한 플롯 속에서 우리네 이웃 같은 인물들의 활약이 이어지며 기대했던 만큼의 웃음을 얻을 수 있다. 묵직한 메시지보다는 코믹에 집중했다. 최근 극장가를 장악한 스릴러, 액션 등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가 지치고, 긴 여운과 낭자한 유혈이 지겹다면 '오케이 마담'이 적격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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