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지현 기자] 누구나 부동산 소유를 꿈꾼다. 그러나 조물주 보다 높은 건물주가 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에 따르면 한국 부동산 97.6%는 상위 10% 계층이 소유하고 있다. 극명한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수치다.

수 십, 수 백 억 원대의 빌딩을 보유한 건물주 스타들도 상위 10%에 해당될 것이다. 21일 방송된 ‘PD수첩’은 이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법인을 통해 절세 혜택을 누린 사실을 밝혀냈다. 규제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현행법에서는 불가능하다.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스타 건물주들, 개인 세율 적용됐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경실련) 김성달 국장은 28일 스포츠투데이에 “법인의 난립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국장은 “법인에게 주는 세제 혜택은 별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연예인들을 포함해 자본가들이 끼워넣기 식으로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연예인들이 세운 법인을 보면 매니지먼트거나 알 수 없는 법인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과연 절세 혜택을 줘야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고 말했다. 법인 세제 혜택을 개인이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초 법인 세제 혜택은 공장 등 기업의 생산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법안이었다. 일부 개인들이 이를 악용해 무늬만 법인을 세우고 절세 혜택을 누리는 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법인들을 과연 생산 기능에 충실한 정상적인 법인으로 볼 수 있을까.

김 국장은 “개인의 임대업에 법인의 조세 혜택을 줘서는 안된다”며 “법인 명의의 빌딩이라도 개인이 해당 부동산으로 수익을 본다면 당연히 법인 기준이 아닌 개인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업무용 법인과 비업무용 법인을 구분하는 잣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물주 vs 임차인 갈등 상징된 리쌍의 건물

건물주 스타들이 편법으로 자산을 불려가는 동안 누가 배고파졌을까. 임차인들이다.

건물주 연예인과 임차인들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힙합 듀오 리쌍(길, 개리)이 공동 매입한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건물이다. 리쌍은 2012년 해당 건물을 53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매매 계획이 있던 2010년께 1층에서 영업을 하던 사장 서 씨에게 계약 만료 후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임대 계약이 끝난 서 씨는 퇴거 명령을 받았지만 가게를 비우지 않았고, 리쌍은 인력을 동원해 서 씨를 퇴거 시키면서 해당 건물 뿐 아니라 주변 임차인들과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리쌍이 임차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모두 퇴거 시킨 이유는 재건축(리모델링). 탈바꿈한 건물에 리쌍이 들인 임차인은 소상인이 아닌 대기업 브랜드였다. 건물의 몸 값은 훌쩍 뛰었고 리쌍은 2017년 이를 95억 원에 매각해 5년 만에 42억 원의 매매 차익을 봤다. 중심지에 위치한 이 건물의 몸 값이 오르면서 주변 건물도 함께 상승했고, 임대료 또한 뛰어 올랐다.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건물주가 계약이 만료된 임차인들을 퇴거 시키는 건 불법적인 일이 아니고, 재건축을 한 것도 자산의 가치를 올리고 싶어하는 자본가의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다. 반면 임차인들의 생존권이 박탈된 사건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법인 역할 살피고, 철저히 과세해야"

맘상모(마음 편하게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는 해당 사건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한, 임차인들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 역시 건물주와 임차인들의 갈등, 법인 난립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부작용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맘사모 남은경 국장은 28일 스포츠투데이에 "법인이 탈세의 통로가 되고 있다"며 "일부 건물주 스타들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들에게 더 이상 혜택을 줘서는 안된다"고 일침했다.

또 남 국장은 "이들은 의문의 법인들로 건물을 사고 팔아 엄청난 시세 차익을 보고 있다"면서 "애초 법인 세제 혜택이 생산 활동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졌으므로 문제의 법인들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외의 목적이 있었다면 철저히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건물주 스타들을 포함한 임대업자들이 시세 차익을 얻으려 건물을 무작정 리모델링 하는 것에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차인에게 귀책 사유가 없는 한 쫓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것. 건물이 낡아서 개보수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 상가 마련 등 현실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물 몸값을 올리기 위해 임차인들은 대책 없이 맨몸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남 국장은 "건물의 가치는 임차인들의 노력으로 올라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현재와 같은 법인 난립에 규제가 필요하다. 최근 건물주 스타와 관련된 보도가 대중에게 경각심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김지현 기자 ent@stoo.com /사진=DB,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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