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리가 더 많은 고척돔…한국 야구는 위기다 [ST스페셜]

입력2019년 11월 08일(금) 06:00 최종수정2019년 11월 08일(금) 06:00
사진=팽현준 기자
[고척=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관객이 앉은 자리보다 빈 자리가 더 많다.

한국에서 열려 기대감을 높였던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예선 서울라운드가 흥행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 라운드 이후 2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인 만큼 야구 팬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7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리미어 12 서울 예선라운드 C조 2차전에서 캐나다를 3-1로 제압했다.

안방에서의 2연승. 하지만 경기장의 분위기는 달아오르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관객석의 반 이상이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1만6300석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고척 스카이돔이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객은 6000명에 불과했다.

이날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지난 6일 호주와의 개막전 관객 수는 5899명이었다. 8일 열리는 쿠바와의 3차전은 금요일 밤에 진행되는 만큼, 1, 2차전보다 많은 관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앉을 자리 없이 빽빽한 관중석의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흥행 실패의 조짐은 지난 1, 2일 푸에르토리코와의 평가전부터 있었다. 푸에르토리코전은 김경문호가 공식 경기에서 첫 선을 보이는 무대이자, 프리미어 12을 위한 모의고사였다. 하지만 관객석의 모습은 푸에르토리코전이 국가대표 경기인지, 프로팀의 2군 경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심지어 야구 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자리인 1루 응원석에도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흥행 부진의 이유로는 비싼 티켓값이 꼽힌다. 서울 라운드 티켓 가격은 주최국에서, 즉 KBO에서 결정했다. 하루에 2경기씩 진행되는 만큼, 패키지권(2경기)과 일일권(1경기)으로 구분해 예매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일일권이라도 한국 경기가 비한국 경기보다 비싸다.

만약 일일권 한국 경기를 예매한다면, 스카이박스는 13만 원, 다이아몬드클럽은 11만5000원
을 지불해야 한다. 테이블석은 8만5000원에서 10만 원, 골드내야지정석은 6만 원이나 된다.고척 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키움 히어로즈 홈경기 티켓 가격과 비교되면 대략 2배나 된다.

고척 스카이돔의 위치와 열악한 주차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고척 스카이돔 주변은 교통체증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다. 주차 공간 문제는 고척 스카이돔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자가용을 끌고 경기장을 찾기 어려우니 팬들은 대중교통에만 의존해야 한다. 관객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싼 티켓값만이 프리미어 12 흥행 부진의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불과 며칠 전 한국시리즈가 열릴 당시만 해도 고척 스카이돔에는 1만6000명의 관객이 가득 찼다. 한국시리즈 티켓 가격은 프리미어 12 티켓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정말 야구 팬들이 관심이 있는 경기라면,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뜻이다.

고척 스카이돔의 문제로 원인을 돌리기에도 무리가 있다. 역시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던 2017 WBC 서울 라운드에서 한국은 3경기를 치렀고, 평균 1만4252명의 관객이 경기장을 찾았다. 지금 프리미어 12를 찾는 관객의 2배를 훌쩍 넘는 숫자다. 당시 고척 스카이돔은 개장한지 얼마되지 않아 지금보다 관람 여건이 더 좋지 않았다.

결국 프리미어 12 흥행 부진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야구대표팀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식었다는 것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사실 야구대표팀은 모든 종목의 대표팀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6, 2009 WBC에서의 선전,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15 프리미어 12 초대 우승이 그 발판이 됐다. 야구대표팀의 인기가 늘어나면서, 그 인기가 KBO 리그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도도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 야구대표팀은 국민들을 기쁘게 한 기억이 없다. 2017 WBC 서울 라운드 당시 안방에서 탈락의 치욕을 당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선수 선발에 대한 이슈와 야구계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그저 그런 팀들을 상대로 거둔 당연한 결과로 평가절하됐다. 자연히 야구대표팀에 대한 애정도,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야구 인기 하락의 조짐도 있었다. 올해 KBO 리그 정규리그 총 관객은 726만6800명으로, 4년 만에 800만 관객 돌파에 실패했다. 물론 미세먼지, 늦은 가을 태풍 등 어쩔 수 없는 사유도 있었지만,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최저 수준으로 평가받는 팬 서비스, 야구계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사건과 선수들의 일탈 등 부정적 이슈들이 복합적인 영향을 끼쳤다. KBO 리그에 실망한 팬들이 야구대표팀의 경기도 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프리미어 12는 한국 야구가 그동안 팬들의 신뢰를 얼마나 크게 잃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무대가 되고 있다. 탑을 쌓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좋은 성적으로 일시적인 인기와 관심을 모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텅 빈 관중석을 무심히 본다면 한국 야구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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