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김윤석 감독, 그의 품위는 아름답다 [인터뷰]

입력2019년 04월 15일(월) 18:09 최종수정2019년 04월 15일(월) 18:09
미성년 김윤석 감독 인터뷰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아직 감독이란 말이 어색하다며 멋쩍게 웃어 보인 김윤석이지만 영화 얘기에 긴장과 설렘이 뒤섞여 제 깊은 생각과 의도를 열변한다. 순수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눈빛으로. 그가 감독으로서 처음으로 관객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좋은 어른이고 싶은 성찰과 노력의 반영이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 이같은 주제의식을 오래도록 묵묵히 고민하고 번뇌하며 비로소 완성시킨 영화 '미성년'은 김윤석의 따스하고 견고한 내면세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영화 '미성년'의 시작은 지난 2014년, 창작극 페스티벌이 열린 작은 소극장에서 접한 옴니버스 공연이다.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을 아이들이 수습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이들은 잘못을 저질러도 개의치 않고, 잘못하지 않은 이들이 도리어 가슴에 피멍이 들만큼 고통스러워한다. 죽는 날까지 성숙하게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인간이며,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산다는 것에 대한 수많은 상념을 가진 김윤석은 이런 생각을 제 첫 작품에 녹여냈다.

영화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불륜 소동극을 담고 있다. 하지만 '불륜'이란 소재보다 사건이 벌어진 이후, 인물들의 행위에 대한 리얼한 묘사에 집중했다. 김윤석은 "소재가 너무 흔한 소재다. 압축적인 구성을 하지 않으면 영화적 매력이 반감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저는 이 상황에 대처하는 개개인의 모습을 중요하게 봤다"며 이를 담아내는 것이 연출 포인트였다고 귀띔했다.

영화는 아빠의 불륜을 엄마에 알리지 않고 어떻게든 수습해보려는 아이, 유부남과 불륜해 임신까지 한 엄마 때문에 한계에 도달한 아이. 두 여고생과 이들의 두 엄마가 중심이 된 여성 중심 서사로 그려진다. 남자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 하기엔 너무도 섬세하고 치밀한 여성 심리 묘사다. 특히 아내가 남편의 불륜 상대를 만나러 갔을 때 자신의 올 나간 스타킹을 보며 울컥하는 모습은 감정의 동요를 일으킨다. 김윤석은 제가 신어본 게 아니라 모르지 않겠느냐 너스레를 떨면서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여성들의 마음은 어떤지 물어보며 공부했고, 신 하나로 이 사람의 심정을 충분히 잘 대변할 수 있는지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며 촬영했단다. 그 순간이 "도전이고 공부였다"고. 하지만 중요한 건 "여성 서사 그 이전에 인간의 존엄성을 그리려 했고, 진정성 있는 인간의 모습은 가장 용기 있는 모습"이었다. 그도 두 딸을 둔 아빠로 살면서 딸들에게서 위대하다고 표현해도 될만큼 멋있는 순간들을 포착할 때가 있다. 딸들이 저보다 성숙하고 용기 있는 모습을 보일 때다. 그런 모습을 영화에 담아내려 했단다.

영화 속 아이들은 어른의 잘못으로 혼란을 맞이하며 불안과 실망, 슬픔을 느낀다. 하지만 어른들이 갖지 못한 혹은 외면한 죄의식을 아이들이 느끼며 책임감을 갖고 성장하는 모습은 꽤 대견하다. 반면 사건의 모든 원흉인 아빠는 무책임하고 형편없는 어른의 표상이다. 이를 직접 연기한 김윤석은 "이 영화를 전달하기에 적절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찌질한' 모습 안에서 관객이 스스로를 투영시켜보길 바랐다. 이 인물은 무기력하고 우유부단하다. 회피하고 변명한다. 극악무도한 악인으로 설정했다면 관객은 철저하게 거리를 둔다. 하지만 이런 인물은 스스로를 겹쳐보게 하는 기능적 역할을 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혀를 끌끌 차기도 하고, 한심하고 우스꽝스러운 그의 태도에 실소를 터뜨리면서도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인물이길 바랐다는 것. 이로 인해 누구나 삐끗하면 실수할 수 있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할 수 있음을 깨닫길 원한 감독의 의도였다. "우린 부지불식간에 많은 실수를 한다.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 주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 이를 조심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김윤석이다.
미성년 김윤석 감독 인터뷰 / 사진=쇼박스 제공

유일하게 어른이자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지키는 엄마 영주 캐릭터는 김윤석이 희망하고 동경하는 인물 유형이었다. 김윤석은 "인간으로의 존엄을 지키려는, 자존감이 굉장히 센 사람이다. 그 역시도 상처를 건드리면 무너지고 슬퍼하지만, 어떻게든 이성적으로 헤쳐 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제겐 귀하고 아름다웠다"고 했다. 영주의 고통과 분노, 비애와 존엄까지 이 모든 감정을 절제된 연기로 아우른 염정아의 내공은 특히 빛났다. 김윤석은 동료이자 자신의 배우였던 염정아에 대단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사실 작가와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순간,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에는 투자가 엎어지고 좌절하며 힘든 순간이 많았다. 어렵게 시작했는데 염정아 씨가 시나리오 받고 하루 만에 오케이 사인을 보내줘서 정말 기뻤다"고 털어놨다.

제가 보기에도 친절한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하지만 염정아는 행간의 의미를 다 파악했고, 검증이 안 된 제 작품을 이야기의 힘을 믿고 응해준 것이기에 더 고마웠다고. 또 현장에선 염정아가 현장 스태프들과 배우 모두를 감싸 안고 가는 빅 리더였다. 김윤석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으로 결국 자신만 열심히 하면 된단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

그렇게 완성한 '미성년' 세계는 결국 "우린 모두 미성년이다"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윤석도 스스로를 "철부지이고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생각했다. 성년이 되는 완벽한 시간은 어디 있을까. 운전면허증처럼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죽는 날까지 무뎌지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성년의 모습으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나. 특히 자신과 같은 기성세대가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한다면 세대 간의 마음의 문을 열고 교감할 수 있도록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열고 마주 볼 수 있는 것도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완벽하게 용서하고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실오라기 같은 굵기의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이를 좀 더 좋은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성년의 타이틀을 얻기 위해 죽는 날까지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는 그의 성찰이었다. 김윤석 감독의 내면이 이토록 깊다.

김윤석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 순간 비범한 모습을 보일 때의 모습이 좋단다. 그것이 무언가를 극복한 이미지의 모습이고, 어떻게 보면 성숙한 모습으로 빛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순간을 포착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소망했다. 드라마, 그리고 인간의 이야기.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가 공존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제가 영화적 기교나 장르적 기교를 알면 얼마나 알겠나. 그러니 제가 알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해도, 이미 김윤석은 좋은 사람이고 싶은 내면의 따스한 감성과 더불어 제 가치와 존엄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길을 잃지 않는 것이 좋은 연출"이며 이를 위해 어마어마하게 준비하고 확인하고 의심하고, 그러면서 귀를 열어 주변 의견을 수용하는 것. 김윤석이 신인 감독으로 '미성년'에 임하는 자세였다. "제 영화가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세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야겠단 인식만 들게끔 해도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그였다. 이토록 섬세하고 자기 성찰적인 그의 예술 세계는 생각 이상으로 견고하고 아름다운 품위가 있었다.
미성년 김윤석 감독 인터뷰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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