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류현진(LA 다저스)이 또 다시 부상의 수렁에 빠졌다. 20승 목표 달성에도, 시즌 후 FA 시장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류현진은 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1.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볼넷 2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조기 강판의 이유는 사타구니 부상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2-2로 맞선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마일스 마이콜라스의 타석에서 초구를 던진 뒤 벤치에 신호를 보냈다. 이후 마운드에 올라온 데이브 로버츠 감독, 트레이너와 이야기를 나눈 뒤 스스로 벤치로 물러났다.

류현진은 지난해 5월에도 사타구니를 다쳐 약 3개월 간 결장한 바 있다. 2년 연속 시즌 초반에 사타구니 부상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상승세를 탄 상황에서 당한 부상이라 더욱 아쉽다. 류현진은 앞선 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하며 클레이튼 커쇼가 빠진 다저스의 1선발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이 기세를 시즌 내내 이어간다면, 목표로 밝힌 20승 달성도 유력해보였다. 시즌 후 FA 시장에서도 가치가 상승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번 부상으로 20승 달성은 물론, 규정이닝 소화도 불투명해졌다. 만약 지난해와 비슷한 정도의 부상이라면 역시 3개월가량의 결장이 불가피하다. 정도가 덜 하더라도 당분간 로테이션을 소화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FA 시장에서의 가치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한 류현진은 올 시즌 후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보상 드래프트픽이 없는 만큼 다른 구단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부상 이력이 또 다시 늘어나면서 그만큼 구단들의 고민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류현진의 동료 저스틴 터너는 "류현진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사이영상 경쟁을 펼쳤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매년 부상이 반복된다면 가정법은 의미가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는 부상이 '변수'가 아닌 '상수'에 가깝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차가워진 메이저리그 FA 시장이다. 류현진에게는 여러모로 뼈아픈 부상이다.

현재로서는 류현진의 부상 정도가 지난해보다 덜 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몇 차례 로테이션을 거르는 정도라면 다행이다. 지난해 부상을 당한 뒤에는 다리를 심하게 절룩이며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벤치에 들어갔다.

시즌 초반 커다란 암초를 만난 류현진이 부상 악재를 이겨내고 빠르게 다저스 마운드에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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