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드라마였다. '황후의 품격'은 제목과 달리 마지막까지 품격을 찾아볼 수 없었다.

21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극본 김순옥·연출 주동민)은 오써니(장나라)가 황실을 향한 복수에 성공했고, 이혁(신성록)은 태후(신은경)의 총에 맞고 사망, 태후는 사형을 선고받은 채 종영했다.

시작은 좋았다. 극 초반 김순옥 작가 특유의 자극적인 내용과 휘몰아치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끌어올렸고, 시청률은 최근 지상파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두 자릿수를 꾸준히 기록하며 소위 '대박'을 쳤다.

그러나 시청률이 문제가 아니었다. 결말로 향할수록 '황후의 품격'의 스토리는 산으로 향했다. 4회 연장 또한 독이 됐다. 연장 당시 드라마 관계자는 "연기자와 스태프들 모두 '유종의 미'를 다하기 위해 매 장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호언장담은 완벽한 실패로 돌아갔다. 매회 진전없는 스토리가 반복됐고, 심지어 남자 주인공인 최진혁이 스케줄을 이유로 연장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최진혁은 지난 20일 방송분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퇴장하면서 남자 주인공으로서는 초라한 마지막을 장식했다. 극 초반 스토리 중심에 섰던 그의 복수는 단 하나도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주인공 없이 연장을 진행하다 보니 최진혁의 캐릭터와 관련된 모든 것은 최소화될 수밖에 없었고, 초반 작가가 깔아놓은 판은 말 그대로 붕괴됐다.

이를 시작으로 모든 캐릭터의 성격 변화 역시 흐름을 종잡을 수 없게 됐다. 이혁의 초반 캐릭터는 살인을 숨 쉬듯 불륜은 밥 먹듯 하는 악인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오써니를 향해 순애보 적인 사랑을 펼쳤고, 계속해서 동정심을 유발하며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결국 오써니는 사망한 이혁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그를 추억했다. 결국 작가는 이혁과 오써니의 서사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은 죄가 없다. 배우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 안에서 최선의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만으로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할 수 없는 법이다.

더욱 문제는 산으로 가는 스토리에 '막장'까지 끼얹었다는 점이다. '황후의 품격'은 초반부터 자극적인 장면을 충격적인 방식으로 전개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눈길을 잡아끌다 못해 아예 놓아주지 않는 수준이었다. 뺨을 때리는 등 폭력적인 장면은 기본이었고, 자극적인 키스신, 채찍 고문, 시멘트 생매장까지. 도를 지나친 '막장 장면'에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당장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장치였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정도를 지나친 것이 문제였다. 특히 방송의 막바지 임산부 성폭행 묘사 장면은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등장인물의 서사를 설명하기 위한 에피소드라 하더라도 이 장면은 성폭행 이슈를 복수의 도구로 사용하는 꼴이 됐다.

막장 드라마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소 자극적인 전개를 내세우면서도 완성도는 채운다면 또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막장 드라마계의 거목이라 할 수 있는 김순옥 작가가 이번에는 단순히 '못 만든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구성의 치밀함과 작품성 없이 자극을 위한 극단적인 설정만이 존재하는 드라마에는 '막장'이라는 수식어조차 아까울 뿐이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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