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한 번의 투수교체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류현진(LA 다저스)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2018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4.2이닝 동안 6피안타 5탈삼진 1볼넷 4실점에 그쳤다.

다저스는 보스턴에 2-4로 졌다. 2연패에 빠진 다저스는 벼랑 끝에 몰렸다.

류현진은 생애 첫 월드시리즈 등판에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류현진의 부진을 탓하기에는 아쉬운 경기였다. 벤치에 섣부른 승부수가 류현진과 다저스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이날 다저스는 0-1로 끌려가던 4회초 맷 캠프의 동점 희생플라이와 야시엘 푸이그의 역전 적시타로 2-1 리드를 잡았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잡은 리드였다. 류현진의 호투가 더해지면서, 경기의 분위기는 다저스로 넘어왔다.

다저스에게는 만족스러운 상황이었다. 다저스는 앞서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도 1차전에서 패배했지만, 2차전 승리 후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원정 1, 2차전을 1승1패로 마무리한다면 기분 좋게 홈 3연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5회말 2사 이후 류현진이 흔들리면서 위기 상황이 찾아왔다. 류현진은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와 무키 베츠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고, 앤드류 베닌텐디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다음 타자는 좌투수에 강한 스티브 피어스였다. 그러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 대신 우완 불펜 라이언 매드슨을 마운드에 올렸다. 조기 교체로 급한 불을 끄겠다는 승부수였다. 류현진은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그러나 로버츠 감독의 승부수는 악수가 됐다. 매드슨은 피어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J.D. 마르티네스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까지 얻어맞았다. 류현진의 자책점은 4점으로 늘어났고, 다저스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결과론적이지만 '류현진에게 피어스와의 승부를 맡겼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은 피어스와 두 차례 상대해 각각 1루수 뜬공,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투구수도 많지 않았던 만큼 피어스를 상대할 힘도 있었다.

'왜 하필 매드슨이었는가?'라는 의문도 있다. 매드슨은 전날 경기에서도 클레이튼 커쇼의 승계주자 2명을 홈으로 들여보냈다. 페드로 바에즈, 마에다 겐타 등 다른 선택지가 있음에도 매드슨을 선택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꿈에 그렸던 월드시리즈 데뷔전은 벤치의 어설픈 승부수와 불펜의 방화로 인해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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