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류현진(LA 다저스)이 생애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마운드를 밟는다.

류현진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리는 2018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류현진은 월드시리즈에서 선발 등판하는 최초의 선수가 됐다. 과거 '대선배' 김병현과 박찬호가 먼저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이들은 월드시리즈에서 선발투수가 아닌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한국 야구 역사를 새로 쓰게 된 류현진이지만, 감상에 빠질 상황은 아니다. 다저스는 24일 열린 1차전에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난조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만약 류현진까지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류현진의 어깨에 '다저스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현진은 올 시즌 15경기에서 7승3패 평균자책점 1.97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순위싸움이 한창이던 정규시즌 막바지에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됐을 것'이라는 찬사가 나올 정도였다.

류현진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CS)에서도 '1선발'로 등판해 7이닝 무실점 투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빅게임 피처'라는 기분 좋은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최근의 류현진은 최절정에서 조금 내려온 듯한 모습이다.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 두 차례 등판했지만, 각각 4.1이닝 2실점, 3이닝 5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때문에 월드시리즈에서는 3, 4선발로 기용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다저스는 월드시리즈에서 류현진에게 '2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펜웨이파크 원정이라는 부담도 있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은 홈이든 원정이든 잘 던졌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이제 류현진이 그 믿음에 부응하고 다저스를 위기에서 구해내야 할 때이다.

류현진이 상대할 보스턴 타선은 메이저리그 최상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무키 베츠, 앤드류 베닌텐디, J.D. 마르티네스 등 만만치 않은 타자들이 타선에 즐비하다. 가을야구 들어서는 10경기에서 64점을 뽑아내며 무시무시한 화력을 뽐내고 있다. 루이스 세베리노(뉴욕 양키스), 댈러스 카이클, 저스틴 벌렌더(이상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들도 보스턴 타선을 극복하지 못했다. 월드시리즈 1차전에 등판한 커쇼 역시 4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패배의 쓴맛을 봤다.

펜웨이파크의 쌀쌀한 날씨도 류현진에게 악재가 될 전망이다. 월드시리즈 1차전 당시 펜웨이파크는 선수들의 입김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될 정도로 추웠다. 추운 곳에서 공을 던지면, 몸이 덜 풀려 구속이나 구위가 평상시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이 주의해야할 부분이다.

호투의 열쇠는 변화구에 달려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체인지업과 커브,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가며 상대 타자들을 요리했다. 하지만 밀워키와의 NLCS에서는 오히려 변화구를 집중 공략당하며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추운 날씨에서 빠른 공의 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커터, 커브, 체인지업이 살아나야 보스턴의 강타선을 상대할 수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팀의 운명을 짊어지게 된 류현진이 생애 처음으로 밟는 월드시리즈 마운드를 웃으면서 내려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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