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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정원' 문근영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유리정원' 곱씹을수록 아름답고 깊은, 독특한 한국 영화가 탄생했다.
18일 서울 CGV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유리정원' 언론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 신수원 감독, 배우 문근영, 서태화 감독이 참석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유리정원'은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던 과학도 재연(문근영)이 사람들에게 상처입고 스스로를 고립하는 가운데 지훈(김태훈)이 재연의 삶을 훔쳐보며 소설을 연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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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및 '유리정원' 배우와 감독들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
이날 신수원 감독은 '유리정원'에 대해 "부산에 이어 언론시사회를 하게 됐다. 근영 씨가 (영화를 보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해서 (기자간담회가) 조금 늦어졌다.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문근영은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기술 시사회 때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제가 못 한 것만 찾아보려고 하다 보니 전체를 못 봤던 것 같다. 마음 편하게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니 아름다워서 마음 아팠고 촬영하면서 재연이로 살았던 시간들이 오버랩되면서 감정들이 기억에 나서 울컥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리정원'은 2017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 신수원 감독은 부산영화제와의 인연에 대해 "2013년 '명왕성'이 초청됐었고 2015년에는 '마돈나'로 갔다. 이번에는 개막작이 돼서 굉장히 뜻깊었던 자리였다"고 말했다.
서태화는 "부산국제영화제 2회 때 '억수탕'으로 갔는데 올해가 22회더라.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싶었다. 20년이 지난 뒤 부산국제영화제 찾아가게 돼서 기분이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유리정원'에서 문근영은 순수와 광기를 오가는 과학도를 연기한다. 신수원 감독은 문근영 캐스팅 이유에 대해 "30대 중반 정도의 여자 배우가 필요했다. 30대 중반 여배우들이 많지 않았다. 그 안에서 근영 씨가 굉장히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드라마를 잠깐 본 적이 있다. '신데렐라 언니'였다. 영화 속 근영 씨 이미지가 소녀 같지 않냐. '신데렐라 언니'를 보니 놀랬다. 성숙한 느낌이었다. 시나리오를 근영 씨에게 보냈고 미팅을 했을 때 영화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깊었다. 그리고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리 터럴하고 현장에서 저와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은 배우였다"고 덧붙였다.
또 "이 인물이 처음과 끝의 연기 폭이 좀 달라져야 하지 않냐. 섬세하게 표현할 만한 배우가 필요했다. 근영 씨 눈빛이나 대화를 하면서 표정에서 때로는 섬뜩할 정도로 동물적 본능이 강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싡수원 감독은 문근영과 촬영 소감에 대해 "실제로는 소년 같다. 여리여리할 것 같지만 털털하고 스태프들과 잘 어울린다. 편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문근영은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정말 행복했고 재미있었다. 어떤 작품이든 연출가와 배우는 계속 소통해야 하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굉장히 어렵다는 걸 느낄 때쯤 감독님을 만났다. 작품적으로 소통하는 것도, 사람 대 사람으로서도 하게 되는 애기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았다. 재밌고 행복했다. 촬영하면서는 무엇보다 저를 믿어주신다는 느낌이 있어서 저도 감독님을 더 믿고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너무 행복했다고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리정원'을 선택한 이유는 작품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캐릭터를 선택하고 해야 겠다고 마음 먹기까지는 두려움도 많고 걱정도 많았다. 감독님과 애기를 해보고 나서 자신감을 얻고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수원 감독은 '유리정원' 속 '나무'에 대한 판타지적 설정에 대해 "욕망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인간의 욕망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냐. 이런 것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나무가 중요한 테마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누군가를 착취해야 살 수 있는 동물 아니냐. '옥자'에서도 동물을 죽여서 영양분을 흡수해야 하고 영토를 확장해야 하는 존재라면 식물은 태양과 물과 산소만 있어도, 계속 순환하고 천 년 이천 년을 살아가지 않냐. 그게 신기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수라는 말을 쓰지 않냐. 동네에 보면 신당에서 소원을 비는데 왜 그럴지 어릴 때부터 궁금했다. 나무라는 존재가 갖는 어떤 것이 동물적인 어떤 것과는 다르다고 느껴서 이런 설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20세 연하 후배 배우 문근영과 연인을 연기한 서태화는 신수원 감독에 대해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갔는데 상대역이 문근영 씨라더라. 그 이상 큰 매력이 어딨겠냐.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크게 이해가 안 되더라. 이런 설정 같은 게, 생각도 못 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 이상의 큰 매력을 두 분이 갖고 있었다. 머뭇거림 없이 하겠다고 했다"며 미소 지었다.
극중 재연(문근영)의 삶을 훔쳐보는 무명작가 역을 맡은 김태훈은 "'판타스틱'에서 시한부 역이었고 '설행'에서 알코올중독자였는데 이렇게 아프겠구나 하는 부분을 직접 경험해본 건 아니지만 상상의 접근이 가능했는데 여기에서는 안면 경직이 있다. 떨림이면 표현하겠는데 한쪽이 굳어가는 것이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힘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외형이 아니라 마음 속에서 지훈의 역할이 나무가 돼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버려진 나무 껍데기가 말라 간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의 상태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재연에게 다가갈 때 표현의 정도를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문근영은 순수와 광기를 오간 연기에 대해 "사실 재연이라는 캐릭터가 극적으로 변화한다기 보다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흘러 가듯이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촬영할 때는 그 감정을 오간다고 느낀 적도 없다. 그 감정을 크게 느끼지 못 했던 것 같다. 촬영이 끝난 뒤 못 다 푼 감정이 한번씩 훅 밀려오기도 하더라. 그 시간들도 너무 행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태화는 20세 연하 배우 문근영과의 러브라인에 대해 "감정이 쌓이는 신이 부족해서 연기할 때도 감정을 응축시켜서 한번씩 풀어냈어야 했다. 그게 어려운 점이었고 그것 빼고는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태화는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제가 말씀드리기에는 거창하지 않나 싶다. 제 생각은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평소 옆에도 있었던 사람이고 나름대로 각자의 입장에서는 자기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관객 분들이 '아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근영은 같은 질문에 "상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같은 상처, 상황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은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왜 이런 부분에서 상처를 받고 왜 어떤 사람은 그 상처를 어떻게 스르로 치유하고 극복하고, 혹은 그 상처로 인해서 사람이 변하는지. 상처로 인해 생기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영화를 보니 조금 치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치유를 받는 느낌이었다. 자연이 주는 위대한 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일 수도 있겠다. 혹은 순수에 가까운 인간이 상처를 입는 것을 보며 위안을 받는 지점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신수원 감독은 영화 메시지에 대해 "태훈 씨가 선하게 생기지 않냐.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누군가를 가해한다. 살면서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가해하고, 누군가의 삶에 개입해서 타인에게 칼을 들이대는 상황들을 크든 작은 많이 만나게 된다. 그 안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영화를 보고 조금이라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영화를 한편의 소설을 익는 것처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사진=방규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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