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알고 보니 '빅리그 체질'이었다.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메이저리그 데뷔전부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황재균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3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황재균의 시즌 타율은 0.250이 됐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그 열매는 달았다. 황재균은 지난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고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황재균은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동안 타율 0.333 5홈런 15타점으로 맹활약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빅리그의 문은 좁았다. 황재균은 트리플A 새크라멘토 리버캣츠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새크라멘토에서 3루수와 1루수, 좌익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기다렸지만, 스프링 캠프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황재균 대신 크리스티안 아로요, 라이더 존스 등을 콜업했고,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여긴 황재균은 옵트아웃 조항 사용까지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회는 예상치 못한 순간 찾아왔다. 옵트아웃 조건 발동을 단 4일 남겨둔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는 황재균의 콜업을 결정했다. 29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한 황재균은 5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하며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갖게 됐다.

초반에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 보였다. 2회말 첫 타석에는 몸쪽 공에 스윙을 했지만, 방망이 손잡이 부분에 맞으면서 3루 땅볼에 그쳤다. 4회말 1사 1,3루 찬스에서 맞이한 두 번째 타석은 내야 땅볼로 1타점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상대 투수의 실수가 없었다면 병살타로 연결될 수도 있는 타구였다. 게다가 경기 내내 이상하게도 3루수 방면 타구가 나오지 않으면서 수비를 통해 긴장을 덜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황재균의 진가가 빛을 발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3-3로 맞선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콜로라도 좌완 투수 카일 프리랜드를 상대한 황재균은 2볼 상황에서 방망이를 휘둘러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연결했다. 맞는 순간 넘어갔음을 확신할 수 있는 대형 홈런이었다.

에두아르도 누네즈와 코너 길라스피, 크리스티안 아로요 등 경쟁자들이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황재균은 이 홈런을 바탕으로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재균은 데뷔전의 기세를 이어가며 '빅리그 정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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