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채윤 기자] 무의식의 고백. 쉽게 넘길 수 있는 말이지만 의미심장한 말을 듣게 된다면 결코 흘려보낼 수 없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말은 더욱 귓가에 맴돈다. '해빙'은 섬뜩한 무의식의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서울 강남 병원의 의사였던 승훈(조진웅)은 병원 도산 후 이혼, 경기도 신도시의 작은 병원에 계약직으로 취직한다. 정육점 위에 있는 작은 원룸에 거주하며 지내는 그는 어느 날 집주인이자 정육점 사장 성근(김대명)의 아버지 정노인(신구)의 수면 내시경을 하게 된다.

정노인은 수면 내시경 중 "팔 다리는 한남대교에, 몸통은 동호대교에"라는 말을 내뱉는다. 승훈이 거처를 옮긴 그 곳은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은 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지역. 그 말을 들은 승훈은 그날부터 의심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해빙'은 조진웅과 김대명 사이에서 오는 팽팽한 긴장감이 주를 이룬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심리 싸움을 펼치는 그 둘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아슬아슬한 불안감이 숨통을 서서히 조여 온다. 또 치밀한 서스펜스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조진웅은 그동안 보여줬던 강인한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불안하고 예민한 승훈을 완벽하게 그려내 몰입감을 높였고, 김대명 또한 친절하면서도 서늘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며 또 다른 캐릭터를 완성했다. 신구는 해맑은 미소 뒤에 섬뜩한 표정을 오가는 극과 극의 얼굴로 열연을 펼쳤으며, 이청아도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비밀의 한 키를 쥔 인물로 변신해 관객을 의혹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수연 감독은 '해빙'을 퍼즐에 비유했다. 그의 말처럼 곳곳에 뿌려놓은 조각을 퍼즐처럼 하나씩 끼워 맞추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또 전락한 중산층의 남자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눈으로 보는 공포가 아닌 상상으로 느끼는 공포가 더 크다는 보여주는 '해빙'은 관객들을 미스터리의 한 가운데로 끌어들여 색다른 심리 스릴러 세계를 펼친다. 3월 1일 개봉.



이채윤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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