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2016년에는 역대 최다인 8명의 코리안 빅리거가 메이저리그를 누볐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었던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일본에서 활약하던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와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가세했으며, KBO 리그에서 뛰던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와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도 도전장을 던졌다. 오랜 시간 마이너리그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던 최지만(LA 에인절스)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의 흙을 밟았다. 덕분에 2016년 한국의 아침은 늘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으로 북적였다.

8명의 코리안 메이저리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단연 오승환이다. 76경기에 출전해 79.2이닝을 소화하며 6승2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 103탈삼진을 기록했다. 추격조로 시즌 개막을 맞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마무리투수 역할을 수행하며 '끝판왕'의 위용을 과시했다. 세인트루이스 현지 언론은 오승환이 2017시즌에도 마무리투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승환과 세인트루이스의 계약은 내년까지다.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투수들의 몸값이 급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오승환이 내년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FA 대박도 꿈은 아니다.


타자 가운데는 김현수가 가장 돋보였다. 볼티모어와 2년 계약을 맺은 김현수는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부진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홈 개막전에서는 팬들의 야유를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와신상담한 김현수는 6월 이후 서서히 출전 기회를 늘리며 자신의 입지를 마련했다.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친 김현수는 타율 0.302 출루율 0.382를 기록하며 팬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해 가을야구까지 경험한 김현수는 내년 시즌에도 좌익수 플래툰으로 출전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정호에게 2016년은 안도와 후회가 동시에 찾아온 한 해였다.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던 강정호는 올 시즌 복귀전부터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리며 건재를 증명했다. 이후 피츠버그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타율 0.255 21홈런 62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파워를 증명한 강정호는 내년 시즌 전망을 밝혔다.

하지만 그라운드 바깥에서 강정호의 모습은 낙제점이었다. 강정호는 시즌 도중 시카고 원정 숙소에서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아직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지탄을 피하기는 힘들다. 구설수는 한국에서도 발생했다.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뒤,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 또 다시 물의를 빚었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도 제기됐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엉뚱한 사과도 팬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강정호는 이 문제로 인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메이저리그 '선배' 추신수와 류현진은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생했다. 추신수는 올 시즌 종아리 부상과 햄스트링, 허리 부상, 손목 골절로 4번이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자연히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타율 0.242 7홈런 17타점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2017시즌은 추신수의 야구인생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는 추신수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내년 시즌 추신수를 지명타자로 기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류현진에게도 2016년은 아쉬운 한 해였다. 오랜 재활 끝에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가졌지만, 4.2이닝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게다가 팔꿈치 부상으로 또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라 시즌을 마쳤다. 사실상 2년을 날린 류현진에게도 2017시즌은 선수인생의 분수령이 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함을 증명한다면 부활을 기대할 수 있지만, 또 다시 부상이 발생한다면 앞으로의 선수생활을 장담할 수 없다.


출발은 산뜻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던 선수들도 있었다. 이대호는 스프링 캠프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시애틀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며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를 밟았다. 이후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하며 시애틀 타선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시애틀은 플래툰 시스템을 활용하며 이대호에게 충분한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불규칙한 출전 기회 속에서 이대호의 성적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대호는 타율 0.253 14홈런 53타점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이대호는 2016시즌 종료 이후 다시 FA 자격을 취득했으며, 새로운 팀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호가 플래툰에 발목을 잡혔다면, 박병호는 부상에 덜미를 잡혔다. 시즌 개막 이후 연달아 홈런을 쏘아 올리며 신인왕 후보로 거론됐지만, 손부상과 빠른 공 공략 실패로 어려움을 겪으며 시즌 중반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시즌 성적은 타율 0.191 12홈런 24타점이다. 현재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박병호는 2017시즌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최지만은 54경기에 출전해 타율 0.170 5홈런 12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선구안은 나쁘지 않았지만, 정확도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24일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최지만은 다른 구단의 영입 의사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다른 팀들의 제안이 오지 않는다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5명의 새로운 코리안 메이저리그가 탄생했던 2016년과는 달리 2017년에는 새로운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탄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FA '좌완 빅3'로 꼽혔던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김광현(SK 와이번스), 차우찬(LG 트윈스)이 해외 진출 대신 KBO 리그 잔류를 택했다. 황재균은 지난 11월 미국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를 드러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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