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2016년이 너무나 파란만장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정호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도주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강정호는 이날 오전 2시45분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앞서가던 차량과 가드레일을 연달아 들이받은 뒤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강정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4%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9월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거친 슬라이딩으로 무릎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강정호는 귀국까지 포기한 채 재활에 전념하며 메이저리그 복귀를 준비했다.

강정호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지난 5월7일 복귀전에서 연타석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끌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이후 6월까지 44경기에 출전해 11홈런 28타점을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강정호는 7월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7월 월간 타율은 1할대로 추락했고, 홈런은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나중에서야 밝혀졌다. 지난 7월6일 시카고 트리뷴은 "강정호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여성을 시카고 원정 경기 후 호텔로 불러 성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이 여성은 강정호가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만났으며, 강정호가 내준 음료를 마시고 약 10분에서 15분간 정신을 잃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피해를 주장 하는 여성의 조사 비협조와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점으로 인해 형사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동안 강정호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강정호는 시즌 후반기 페이스를 회복하며 성적을 끌어 올렸다. 타율 0.255 출루율 0.354 장타율 0.513 21홈런 62타점으로 시즌을 마치며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특히 아시아 내야수 최다 홈런 기록을 작성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이어 지난 10월7일 귀국한 강정호는 "내년 시즌에는 더 잘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뒤 "나라를 대표해서 WBC에 나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강정호는 지난달 발표된 WBC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러나 2일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강정호의 다짐은 그 빛이 바래게 됐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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