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는 역시 괴물이었다.

커쇼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다저스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커쇼는 자타가 공인하는 현 지구상 최고의 투수다. 수많은 에이스급 투수들이 득실거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가을만 되면 늘 고개를 숙였다. 잘 던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이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정규시즌 보여준 활약과 비교하면 분명히 손색이 있었다.

그랬기에 올해 가을을 맞이하는 커쇼의 마음가짐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 커쇼는 1, 4차전에 선발 등판한 뒤, 5차전까지 구원 등판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팀을 챔피언십 시리즈로 이끌었다. 그리고 단 이틀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100% 컨디션일 수 없는 상황에서의 등판. 게다가 컵스 타선은 전날 마에다 겐타와 조 블랜튼을 두들기며 물이 오른 상황이었다.

하지만 커쇼는 자신이 왜 '에이스'로 불리는 지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5회 2사까지 14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컵스 타선을 잠재웠다. '칠 테면 쳐봐라'는 커쇼의 공격적인 피칭에 컵스 타자들은 줄줄이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5회말 2사 이후 연속 안타를 내주며 첫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제이슨 헤이워드를 내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7회말에는 선두타자 앤소니 리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에 주자를 내보냈다. 이어 벤 조브리스트를 파울 플라이로 유도했지만,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이 공을 잡아내지 못했다. 힘이 빠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커쇼는 조브리스트를 삼진으로 처리한 뒤, 후속 타자들까지 범타로 막아내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7이닝 무실점. 이틀 휴식을 취한 투수의 성적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활약이었다.

커쇼의 활약으로 다저스는 1승1패의 성적을 안고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으로 돌아가게 됐다. 여전히 팀 전체 전력과 남은 선발 맞대결을 보면 컵스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5차전 등판이 유력한 커쇼의 투혼이 다시 발휘된다면 승부는 알 수 없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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